『행복의 정복』을 읽고
환오

행복의 정복
인문학버트런드 러셀
★★★★★나는 워킹맘이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 또 육아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건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다른 방법을 내가 몰랐기 때문이었다.
러셀은 이런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두었다. "지나치게 자극으로 가득 찬 삶은 소모적인 삶이며, 이러한 삶에 쾌락의 본질적 부분인 흥분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강렬한 자극이 계속 필요하게 된다"(1부, '권태와 자극'). 밤마다 드라마를 한 편 더 틀던 나의 모습이 딱 이것이었다. 자극을 통해 하루의 피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 자극 자체가 또 다른 피로를 만들고 있었다.
러셀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비유했다. "자극은 본질적으로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게 되며, 흥분하고 있는 동안의 육체적 수동성은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다"(1부, '권태와 자극'). 소파에 누워 화면만 바라보던 나는 정확히 그 '육체적 수동성' 속에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릿속만 자극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피로에 관한 장에서 만난 이 문장은 더 깊이 와닿았다. "신경 피로의 최악의 특징 중의 하나는 그것이 인간과 외부 세계를 가로막는 일종의 장막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1부, '피로').
러셀은 "정서적 피로가 따르는 번민은 휴식을 방해한다. 사람은 피로해지면 피로해질수록 그 피로를 풀지 못한다"(1부, '피로').
러셀은 이렇게도 썼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 쾌락을 상쇄하는 고통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어떤 사람에게 쾌락을 주는 것은 찬양할 만한 일이다"(1부, '죄의식').
러셀은 죄의식의 파괴력을 이렇게도 설명했다. "죄의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준다. 인간은 불행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과도한 요구를 제시하기 쉬운데, 이러한 요구가 대인 관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방해한다"(1부, '죄의식'). 돌이켜보면 내가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던 것도 바로 이 흐름이었다. 스스로를 자책하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아이들의 사소한 떼도 감당이 안 됐다.
요즘은 매일 달리기를 하고 명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을 갖는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러셀의 말처럼 "행복한 삶은 대부분 조용한 생활이어야 한다. 참된 환희는 오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1부, '권태와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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