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은 『행복의 기원』 — 장혜경
장혜경

행복의 기원
인문학서은국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꽤 오래전이다.
그때는 나를 아직 잘 모를 때였고, 행복보다는 당장 닥친 학점과 취업에 신경을 쓰느라 "난 너무 안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만 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때도 '빈도'라는 단어에는 밑줄을 쳤던 기억이 난다.
강도가 아니라 빈도.
그 문장이 마음에 걸려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저자가 말한 그 핵심 문장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6장).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입으로 "아, 행복하다"라고 소리 내어 말하는 순간을 알아차렸을 때, 그 장소는 항상 침대 위였다.
혼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거나 책을 읽을 때, 저절로 그 말이 나왔다.
그렇게 작은 순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생각보다 자주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긍정적이라는 기준 자체가 사람마다 너무 다르고, 너무 광범위하다.
나는 솔직히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느꼈다.
나는 교회를 다니는데, 성경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기보다 "감사하라"고 말한다.
생각의 전환이 빨리 안 되니까 나는 그냥 감사한 것을 하나씩 써 내려간다.
동의는 하지만, 그대로 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부분은 외향성과 행복의 관계다.
저자는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은 똑같다"(7장)고 썼다.
나는 완전히 내향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나도 행복감을 꽤 많이 느끼는 편이다.
이 책에서 내향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덜 외향적인"이라고 돌려 말하는 것도 눈에 걸렸는데, 연구 결과를 논문처럼 풀어놓은 부분을 읽으며 "이게 과연 보편적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물음에 나름의 답을 얻은 건 독일에서였다.
2022년에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돌아왔는데, 그곳에서의 시간은 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국에서는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묻고, 결혼 여부, 자녀 유무가 따라온다.
그런데 독일에 살면서 몇 년간 내 나이를 생각조차 안 했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독일에서 고급 세단은 거의 못 봤고, 자전거를 오히려 더 많이 보며 살았다.
카뮈의 말처럼,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8장).
독일에서 나는 비로소 그 문장을 몸으로 이해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결혼 적령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유학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뒤에서 들리던 비난을 귀 닫고 간 그 결정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분명하다.
내 행복은 나의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아니다.
관계가 행복에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공감한다.
다만 나는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친구들, 십 년 넘게 이어온 관계들이 결국 가장 소중하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무리 친해져도 돌아보면 다시 그 오래된 친구들에게로 돌아가더라.
말을 안 해도 설명이 필요 없어도 잘 통하는 사람들.
지금 이 여행도 그 친구와 함께 왔다.
나에게 일상의 행복은 수영이다.
독일에서 돌아와 3개월 배웠는데, 접영까지 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물소리만 들리는 그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좋다.
30분쯤 지나 몸이 풀리면 몇 시간이고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여행을 갈 때도 수영복을 챙기고, 지방에 친구를 만나러 가도 그 지역 자유수영장을 찾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몰입이라 부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다.
다시 읽은 이 책은 내게 상기시켜주었다.
나는 이미 내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별점은 4점.
모든 게 완벽하게 동의되진 않지만,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해준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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