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 백수광부의 서평
백수광부

행복의 정복
인문학버트런드 러셀
나는 요즘 순수하게 책을 읽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독서가 아니다. 호기심이 생겨 읽는다.
『행복의 정복』을 펼쳤을 때, 솔직히 100년 전 사람이 지금의 나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것에 놀랐다.
이 책에서 유독 관심이 가는 내용은 권태와 자극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따분할 틈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따분함을 한번 느껴보고 싶을 정도다.
밥을 먹으면서도 뭔가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강연이든, 정보든, 코미디든 — 뇌를 쉬지 않고 뭔가를 담아야 한다는 시대인 것 같기도 하다.
차분하게 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 된다.
조용한 시간이 주어져도 스스로 뭔가를 하게 된다.
러셀은 이렇게 썼다.
지나치게 자극으로 가득 찬 삶은 소모적인 삶이며, 이러한 삶에 쾌락의 본질적 부분인 흥분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강렬한 자극이 계속 필요하게 된다
_ 1부, '권태와 자극'
권태를 느껴야 창의성도 생기고, 뭔가에 집중할 힘도 생기는 것 같은데,
권태를 느끼지 못하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더욱 산만해지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뇌의 피로도도 높아진다. 피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나는 2년 정도 글쓰기에 미쳐 있었다. 잠을 줄여가며 썼다. 그때는 정말 즐거웠다.
그런데 요즘은 "써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도돌이표처럼 맴돈다.
독서모임을 다니고, 작가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오면 좀 나아지긴 한다.
책에서 내게 가장 울림이 컸던 건, 마지막 질문이었다.
러셀은 "시선을 외부로 돌려라"고 했고,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나는 러셀 쪽에 더 공감한다. 다만, 둘이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한다.
외부에서 얻은 것을 다시 자기 검토에 쓰고, 또 외부를 돌아보면서 자기를 다듬어가는 수준이면 좋겠다.
요즘 나는 글과 책을 통해 전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의 삶,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세계.
일상적인 단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스크래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러셀은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자아라는 감옥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의 표지이다
_ 2부, '사랑'
나는 아직 감옥을 다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적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며 사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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