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에서 찾은 나의 것 — 『행복의 정복』을 읽고
권영민

행복의 정복
인문학버트런드 러셀
솔직히 요즘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러셀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꽤 있었다.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정말 심각한 것 같다. 삼성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의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을 보면서 자기 상황과 비교하게 되잖아. 주변에서도 "저 회사는 연봉이 얼마래", "저기는 복지가 얼마나 좋대" 이런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이게 사람들을 정말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러셀이 말한 "성공의 원동력으로서의 경쟁"이라는 개념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오히려 왜곡되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다.
러셀은 이 문제를 이미 정확히 짚고 있었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성공을 위한 투쟁이다. 투쟁을 벌이면서까지 두려워하는 것은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웃 사람들보다 우월해지지 못한다는 사실인 것이다"(1부 3장, '경쟁'). 한국의 연봉 비교 문화가 바로 이것이다. 생존이 아니라, 남보다 더 받느냐 못 받느냐가 불행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러셀은 같은 장에서 "많은 돈을 번 사람은 총명한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총명하지 못하다. 누구도 바보로 여겨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1부 3장, '경쟁')고도 썼는데, 이 말이 한국의 연봉 서열 문화를 정확히 관통한다고 느꼈다. 연봉이 곧 능력의 증명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비교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솔직히 그런 특정한 열정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아직 그걸 찾는 중인 것 같았다. 러셀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서 예리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일단 이러한 관심이 환기되고 나면 그들의 삶은 권태로부터 해방된다"(2부 2장, '열의')고 했는데, 아직 찾는 중이라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과정 자체가 러셀이 말한 관심의 환기로 가는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브런치 작가 승인받았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출간할 계획이다. 어쩌면 글을 쓰는 것이 러셀이 말한 '열의'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러셀은 일에 대해 "건설적인 일에서 얻는 만족은 현재로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갖는 특권일지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특권이 될 수 있다"(2부 5장, '일')고 썼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하나의 작품을 세우는 건설적인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글을 쓴다는 것 — 그것이 고요함 속에서 내가 찾은 나의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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