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 없는 나라에서 쓴, 총에 관한 소설
아호파파

스모킹 오레오
김홍★★★★★
이야기는 한 통의 초대장에서 시작된다.
초대장에는 3D프린터로 소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 도면과 자금을 보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건은 하나다. 직접 만들어서 쏠 것.
가장 먼저 성공한 사람에게는 비트코인 천 개를 주겠다고 한다.
여기서 '쏘는 것'은 누군가를 겨누라는 명령이 아니라 상금을 받기 위한 조건이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 안혜경은 벽에 대고 쏴서 빨리 이기고 게임을 끝내겠다고 말한다.
발신자는 "이것은 한국의 실정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라고 적어 두고, 그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다.
그리고 두 문장을 덧붙인다.
"시작된 게임은 중단할 수 없다. 경고한다."
"시작된 게임에서 회피하면 당신은 책임을 지게 된다."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이 게임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열두 명이다.
이 소설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총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설정이다.
발신자는 불법이라고 미리 알렸고 참가자가 스스로 동의했다는 이유로 책임에서는 빠져나가려 한다. 동시에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에게는 벌칙을 걸어 두며 게임 참여자들을 실천하게 한다. 참가자들 또한 비슷한 논리로 자신을 변호한다.
안혜경은 자기가 하려는 일은 총기 제작이지 총기 난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만드는 것과 쏘는 것은 다르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은 총을 만드는 일 자체가 불법이라는 사실까지 덮어 버리고 생각하게 한다.
사람을 쏘지만 않으면 총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논리다.
"내가 하려는 일은 총기 제작이지. 총기 난사가 아니라고요."
평생 쇠를 만들며 살아온 양성준은 그 끝을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사제총을 만들어 팔다 감옥에 다녀왔고, 딸에게서 몇 년째 전화 한 통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가 후배들을 붙잡고 던지는 말이 이 소설의 중심이다.
"지금은 한 명씩 죽어 나가지만 제대로 된 총을 만들고 나면 수십 수백 명이 죽을지도 모르는 거 아니냐"
그러나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이미 돈은 받았고, 무엇보다 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 임다인이 '져도 죽고 이겨도 죽는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왜 그들이 멈추지 못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중반에는 'M4A1 Manifesto'라는 선언문이 등장한다. 화자가 사람이 아니다. 총이다. 이 소설의 과감한 도약은 총을 은유가 아니라 발화하는 존재로 승격시킨 데 있다.
선언문을 다섯 번째 읽고 있다는 기자 박창식은 그 핵심을 전화로 이렇게 요약한다.
"존재하는 것은 무한히 증식하려 한다. 그걸 거스를 수는 없는 거라고. 자신은 총이지만 완전하고 유일한 총일 수는 없대."
총알을 뱉고 싶지 않지만 뱉게 되는 것,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것.
총의 자기 고백은 중독자의 고백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그리고 그 고백은 미각을 잃은 오수안이 오레오에 중독되는 서사와 포개진다.
오레오를 끓여 마시고, 빻아 코로 들이마시고, 담배에 채워 피운 끝에 오수안은 유령이 된 윤정아와 총 그 자체를 만나고, 마침내 총과 융합해 '총 오수안'이 된다.
"총은 스스로 생각하고 확산합니다. 복제하며 자가증식하고 네트워크를 설득해 깊숙한 곳에 숨었다가 나타날 줄도 알아요."
그래서 이 소설의 총은 공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돈의 흐름과 알고리즘, 자율화된 네트워크로 존재한다. 총을 지우려면 총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농담처럼 보이지만, 폭력이 이미 시스템의 형태로 작동한다는 진단의 정직한 귀결이다.
이 소설이 오래 남는 이유는 총이 아니라 유족에게 있다.
윤정아는 죽기 전까지 세상 모든 사고를 두려워하며, 1시간에 30만 원을 내고 정신과 의사에게서 일주일치의 안도감을 사 왔다. 의사가 처방한 주문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였다. 하지만 그가 정작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런 일은 왜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는가?"
— 윤정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범죄에 공범으로 동의한 사람의 불안이다. 이 한 문장이 불안장애를 윤리의 문제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그 벌은 엉뚱하게 그의 몸에 도착한다.
남은 아들 아주는 아무것도 삼키지 못한다. 집안일을 맡아온 이정은 아주가 연필로 그린 로스트 치킨과 똑같은 요리를 구워내라는 요구를 받는다. 마이야르 반응의 정도까지, 후추 알갱이가 살에 박힌 깊이까지 똑같아야 한다. 당연히 실패하고, 아주는 결국 자기가 그린 그림을 염소처럼 씹어 먹는다. 애도를 이보다 더 몸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찾기 어렵다. 폐허가 된 집을 혼자 쓸고 닦는 이정의 관찰도 그렇다.
"먼지는 중력만으로도 쌓이지만 얼룩에는 사람의 숨결이 필요했다."
— 이정 '드로잉 로스트 치킨'
이 집에 필요한 건 프로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이정은 생각한다. 돌아다니는 것은 자기밖에 모르는 유령들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이 유족에게 끝내 쥐여주는 것은 회복이 아니라 한 줌의 선택권이다.
"나는 그냥 먹지 않기로 한 것뿐이에요.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살 수 있으니까."
— '스모킹 오레오' 장, 아주
못 먹는 것이 아니라 먹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정정. 소설의 소동극 뒤에는 이렇게 조용하고 단단한 문장들이 깔려 있다.
총평 : 농담과 애도가 같은 문장에 있는 소설
이 책은 사회파 소설로 읽으면 당황스러워진다. 총기 규제 논쟁이나 군산복합체 비판을 기대하는 대신 이 소설은 폭력을 게임의 약관으로, 중독으로, 네트워크로 번역한다.
그 번역의 속도와 위트를 즐길 수 있는 독자, 그리고 농담 바로 옆에 애도가 놓여 있는 문장을 견딜 수 있는 독자에게 권한다. 특히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권한다. 내가 만드는 것과 그것이 하는 일을 분리할 수 있는지, 안혜경의 항변을 자기 일에 대입해 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김홍 작가는 "스모킹 오레오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메모했다. 첫 문장을 쓰는 데 6년이 걸렸다"고 적었다(작가의 말). 6년의 유예 끝에 나온 첫 문장은 이것이다.
"기억이 시작하는 곳에 오레오가 있다."
기억이 전부 가짜였던 고아가, 과자 하나에 의지해 세계에서 총을 지우러 나서는 이야기.
끝내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제 아무도 이런 거지 같은 게임에 응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소설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
폭력은 총의 모양으로 오지 않고, 동의를 요구하는 초대장의 모양으로 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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