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최연진 서평
환오

행복의 기원
인문학서은국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내 이야기 같았다.
저자가 던지는 말 하나하나가 몇 년 전 내가 겪었던 시간과 겹쳐서, 읽는 내내 밑줄을 긋다 말고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이렇게까지 백퍼센트 경험으로 검증된 책은 처음이었다.
몇 년 전, 남편의 퇴사로 우리 가정에 경제적 위기가 왔다.
그때 친오빠가 말했다.
"야, 너 내일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는 소리를 해?"
이해를 못 하는 거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사고를 돌려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 말은 정말 공허한 메아리밖에 안 됐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머릿속 생각만으로 긍정적으로 바뀌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자는 이 감각을 정확히 짚는다.
"행복이나 감정은 신비한 정신적 힘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보다 과학적인 시각은 감정의 출발지인 외부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즉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개정판 발문, "행복은 '유령'의 작품이 아니다").
그 말이 왜 맞는지 나는 몸으로 안다.
그 뒤 이년 정도 사이에 내가 도전한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실제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몇 번 했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경험치가 쌓이니까 마음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작은 경험이 꾸준히 생기면 사람은 굉장히 단단해진다.
남이 보는 것, 남이 평가하는 것은 상관없다.
나한테 작은 성취감이라도 연결되는 경험을 한번 해보면, 마음가짐은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다.
저자가 4장에서 쓴 "새우깡" 비유 — 개에게 서핑을 가르치듯 쾌감이라는 보상으로 생존 행동을 유도한다는 이야기가 와닿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나를 움직인 건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내 손으로 해낸 작은 성공의 경험이었다.
에드 디너 교수의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6장,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라는 말에도 백퍼센트 동의한다.
요즘 나는 하루살이처럼 오늘 이 이십사 시간만 산다.
대신 하루에 두세 개 정도 행복감이 올 때 놓치지 않으려고 잡는다.
정말 소소한 것들이다.
얼마 전 계피 스프레이를 샀는데, 여름마다 전쟁이던 날파리가 신기하게 안 꼬였다.
그 기쁨이 진짜였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저녁에 올라오는 공포영화 리뷰 유튜버의 영상을 기다리며 한 주를 버틴다.
대본도 안 쓰고 한 시간을 즉석에서 풀어내는 그 사람의 재치가 너무 좋아서, 그 시간을 위해 일주일 동안 헌신하는 거다.
심플해지니까 행복해지는 것 같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5장, "결국은 사람이다")라고 썼고, 나도 거기에는 깊이 공감한다.
다만 많은 숫자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는 정말 좁아진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만날 시간도, 연락할 여유도 없다.
그런데 딱 한 명이 있다.
내 절친 미란이.
나에 대해 다 받아주고 수용하는 사람이 가족 말고 누가 있나 생각해 보면 그 친구밖에 없다.
내가 뭔가 이뤘을 때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사실이 더 행복하다.
진실된 관계 한 명만 있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외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책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혼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깊은 감정도 분명히 행복이다.
꼭 사람이 옆에 있어야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이 너무 멋졌다.
행복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9장,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이라는 저자의 답.
맞다, 별거 있나.
맛있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행복한 거다.
몇 년 전 남편의 퇴사 앞에서 무너졌던 내가, 지금은 남편이 지게차를 운전하든 뭘 하든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사회가 정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는 일을 사십이 넘어서야 그만뒀다.
지금 우리 가족에게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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