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김미란
아름다움이란

행복의 기원
인문학서은국
나는 꽤 긍정적인 사람이다.
아이가 "엄마, 학교에서 공에 얼굴 맞았어"라고 하면 "안경 쓰는데 눈에 안 맞아서 다행이야"가 먼저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이 '긍정적 사고'를 비판할 줄은 몰랐다.
저자는 이렇게 쓴다.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1장).
이 문장 앞에서 멈췄다.
나는 학교에서 부정적 정서를 안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생각을 좀 바꿔봐"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해왔다.
내가 그 전환이 쉬운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도 당연히 될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심리적 고통의 무게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느꼈다.
저자의 말대로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1장).
나도 그런 조언을 해온 셈이다.
아이들한테 그렇게 쉽게 얘기하지 말아야겠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새우깡'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몇 년째 운영하는 연구회가 있는데, 나보다 연차가 높은 부장님들이 모임이 끝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다음 달엔 며칠날 만나?"라고 물어본다.
그 눈빛에서 나는 신뢰와 귀여움을 느낀다.
한편으로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남편은 "그렇게 꾸준히 할 거면 돈 되는 걸 해"라고 하지만,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하는 행위에서 도파민이 터진다.
'나 되게 열심히 살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토닥일 때의 자기만족, 그것이 내 새우깡이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어도, 뭔가를 계속 배우고 싶어하는 그 모습 자체를 나는 사랑한다.
처음에는 "행복은 개인의 내면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혼자서도 평온하게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건 관계가 정서적으로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관계의 안정성이 깔려 있어야 주변도 살필 수 있고 내면도 살필 수 있다.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5장, '결국은 사람이다')라는 대목이 그제야 와닿았다.
다만 나는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두기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일 년에 한 번 전화해서 "밥 먹었어?"라고 물을 수 있는, 시시콜콜 다 알지 않아도 편안한 관계가 결국 남더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그런 친구들만 곁에 남게 되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4장).
완전히 동의한다.
저자는 이것을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모든 것은 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이다"(4장).
주식 잔고가 몇백만 원 올라도 '나 행복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오히려 모임이 끝나고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 꺼내 침대에 누울 때의 뿌듯함, 저녁밥 안 하고 남편이랑 떡볶이를 사 먹을 때의 즐거움이 행복이다.
이래서 행복하다, 저래서 행복하다 — 소소한 것에서 행복감을 자주 떠올리는 편이다.
저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압정'에 비유했다.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행복 압정들을 일상에 뿌려놓아야 한다"(에필로그).
나에게 그 압정은 소확행이다.
"나의 즐거움에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치든 안 치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에필로그)는 말에도 깊이 공감한다.
앞으로 하나 더 뿌려놓고 싶은 게 있다면 예쁜 도서관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그 리스트를 하나씩 밟아보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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