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서평 no.3
아호파파

행복의 기원
인문학서은국
이 책을 독서 모임에 올린 건 제목 때문이었다.
행복을 진화론의 렌즈로 바라본다는 발상이 신선했고, 모임에서 한번 다루고 싶었다.
막상 읽어보니 쉽게 쓰여 있어 술술 넘어갔지만, 곳곳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주장이 있었다.
저자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명제를 던진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서문).
위 문장이 이 책의 힘이자 동시에 한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자는 긍정적 사고가 행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9장,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생각'과 '태도' 사이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본다.
못이 박혀 있는 현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못을 지금 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르는 태도는 분명 내 삶에 변화를 준다.
모임에서 한 분이 경제적 위기 이후 작은 도전과 성취를 쌓으며 심리적으로 회복된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것이야말로 태도의 전환이 경험과 결합한 사례였다.
쾌감과 불쾌감을 생존을 위한 '신호등'이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의문이 생겼다.
쾌감이 모두 이로운 신호라면 도박이나 마약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분명 '하게 만드는' 신호인데 결국 나를 파멸시킨다.
불쾌도 마찬가지다.
불안할 상황이 아닌데 혼자만 불안을 느끼거나, 질투할 이유가 없는데 질투가 치솟는 경우가 있다.
보호 기제의 오작동까지 생존의 법칙으로 깔끔하게 포장하기엔 현실은 더 복잡하다.
5장 "결국은 사람이다"는 이 책에서 가장 힘 있는 주장이다.
나도 크게 공감한다.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따라 올라가 보면 결국 어떤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인정, 지적인 대화를 통한 즐거움이 나의 '새우깡'이었다.
다만 이 결론이 너무 협소하다는 느낌은 있다.
저번 달 읽었던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는 행복한 사람을 "폭넓은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봤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 세계에 대한 관심까지 포괄하는 넓은 시야였다.
소로의 『월든』이 보여준 자발적 고립 속의 충만함을 떠올리면,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 빈곤하다"는 단언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외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연구도 실험 기간이 짧고 대학생 집단에 한정된 결과가 아닌가 싶었다.
내향적인 사람이 오히려 길고 깊은 행복감에 접근하기 쉬울 수 있다고 나는 본다.
그러면서도 책 마지막에서 저자가 행복의 사진 한 장을 내밀 때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
행복은 그렇게 단순한 데 있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다만 그 단순한 행복을 누리려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만족을 기준으로 삼는 태도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한국 사회처럼 집단의 평가에 휘둘리기 쉬운 곳에서는, 서로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는 건전한 개인주의가 행복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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