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컬러코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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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인문학서은국
워낙 긍정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큰 울림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편하게 읽었다.
당연한 말들이 많았지만 읽는 동안 한 번도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스스로를 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나 불안이 올라와도 받아들이는 편이다.
앞으로 잘 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믿고, 잘 될 거라는 생각만 늘 하고 산다.
주변에 까칠한 사람들을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데, 왜 나랑 생각이 다를까.
그래도 그 사람의 생각이니까 인정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저자는 이런 긍정적 기질 자체가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5장, '결국은 사람이다')는 것이다.
나의 이 긍정적인 성향이 어쩌면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나 자신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행복의 본질을 '새우깡'에 빗댄다.
개에게 서핑을 가르치기 위해 새우깡이라는 보상이 필요하듯, 인간에게도 쾌감이라는 유인책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행복의 본질은 개에게 서핑을 하도록 만드는 새우깡과 비슷하다"(4장, '동전 탐지기로 찾는 행복').
저자는 개가 새우깡 맛에 빠져 서핑까지 하게 되듯, 인간도 쾌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행복이란 삶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정신적 도구라는 것이다.
이 설명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성장이고 변화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듯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또 쾌감이 온다.
나의 새우깡은 자격증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것,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섰던 것도,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결국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쾌감이 나를 거기까지 데려간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쾌감이 온다.
저자는 사회적 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라며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은 똑같다.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 있는 정상"(5장, '결국은 사람이다')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가 사회성이 좋다고 보지만, 실은 어쩔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힘든 척 내색은 절대 하지 않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을 때 훨씬 더 행복을 느낀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도 행복해야 하는데 사실 힘든 게 더 많다.
산이 있다고 꼭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려올 건데 왜 올라가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저자의 결론은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하면 행복하다'는 쪽으로 수렴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너무 한쪽만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다.
관계를 통한 행복이 백 퍼센트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당장 내일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칠 때가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달리 혼자서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서도 "아, 이게 행복이지" 하고 기억하려 한다.
음악을 들을 때 장르 상관없이 그냥 행복하다.
클래식도 좋아하고, 음식이나 주변에 있는 것들, 그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행복이다.
저자가 말한 '행복 압정'이라는 표현이 특히 좋았다.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행복 압정들을 일상에 뿌려놓아야 한다"(개정판 발문).
저자는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 "자연인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하면서, "호모사피엔스를 자연스럽게 웃게 만든 상황과 자극들을 수집하여 일상에 많이 심어놓고 사는 것"(개정판 발문)이 행복한 사람들의 비결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압정이 꽤 많은 편인 것 같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런 순간들.
결혼은 효도로 했다.
부모님이 결혼하지 않은 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차마 못 봐서.
이번 생은 한국 문화에 젖어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하다고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결혼했기 때문에 생긴 것들도 있다.
다만 내가 부모가 되어서는 아이에게 말한다.
니 점수는 니 성적이지, 엄마 성적이 아니다.
엄마는 이미 박사이고, 너는 너를 위해서 0점을 받든 100점을 받든 니 성적이다.
나처럼 부모를 위해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다.
그 생각을 이미 했고, 나는 내가 사는 게 더 바쁘고 내가 또 뭔가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아이에게도 찐 행복을 스스로 찾아보라고 말한다.
별점은 4점.
뻔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한 번 더 물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인가.
결혼이라든지 여러 가지 망했다는 얘기도 했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고 이것 또한 나의 행복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해준 것만으로 읽을 가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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